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된 순간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 톰 소여는 이모로부터 담벼락을 페인트로 칠하라는 벌을 받는다. 길고도 긴 벽을 보면서 한숨 쉬던 톰은 일을 놀이처럼 만들어 친구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페인트칠을 하는 자신을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친구들에게 휘파람을 불며 “이런 일이 우리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주어질 줄 아니?”라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페인트칠을 한다. 이러한 톰 소여의 유혹에 넘어간 친구들은 자신의 보물을 줘 가면서 서로 페인트칠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서로 페인트칠을 해 보겠다고 줄을 선다. 저녁때 톰 소여는 벽도 깨끗이 칠하고 장난감도 한 아름 챙겨 부자가 되는 일거양득의 수확을 얻는다.
놀이와 일의 경계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된 순간이었다.
댄 애리얼리는 책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톰은 ‘인간으로 하여금 뭔가를 갖고 싶도록 만들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는 인간 행위의 가장 위대한 법칙 가운데 하나를 최초로 알아냈다고 하였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놀이와 일의 경계를 본다. 놀이와 일의 경계는 그 행동의 목적이 경제적 이득인지, 아니면 즐거움의 추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이보다 일과 놀이를 구분 짓는 또 다른 중요한 잣대는 바로 그 일이 누구의 통제하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이란 내가 하고 싶다고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내가 하기 싫어졌다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싫어도, 지겨워져도 시간 내에 해야만 하는 게 일이다. 즉 일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전적으로 시스템의 통제하에 있게 된다. 모든 것은 계약한 대로 수행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일의 노예가 된 듯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
미국의 사회학자 크리스토퍼 라쉬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의 구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변화는 공허감과 불안감에 방황하고 소외되는 개인을 양산한다고 설명한다. 즉 이전까지는 조그만 가족 같던 회사가 거대한 조직으로 변모해 가면서, 초기에는 역할의 구분이 모호한 채로 인간적인 신뢰 관계가 회사 운영의 기본이었는데, 점차 관리가 필요한 조직으로 회사의 구조가 변화된다.
여기서 업무에서 개인성을 존중하여 개인적인 특질에 맞게 업무 배치를 한다는 초기의 시도는 결국 조직내의 개인성의 말살이란 결과를 가져오고 이제 집단은 서로의 계약적인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보이고 통제하고 승리하는 것이 주 목적이 되며, 이제 각 구성원은 그 조직의 ‘조직인’이 아니라 그 조직 내의 ‘게임인’으로 변하게 되었다.
일단 직장에 들어가면 무한 경쟁의 시대 속에서 조직이란 거대한 시스템의 하나의 부품으로서 살아남고 남들보다 성공하기 위한 목적으로의 일만이 존재하게 된다. 일이 이렇게 개인적인 만족의 목적만을 띠고 사회적인 의미를 잃어버릴 때 사람들은 표류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고,자기실현과 자기 삶에서의 의미 창출이라는 일이 주는 무형의 대가가 그 의미를 잃고, 풍요롭고 안정된 삶이나 승리를 쟁취하는 수단으로서의 일의 의미가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아무리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던 일이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성공을 담보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는 듯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 쉽다.
자신의 소질에 근접한 일, 자신이 좋아 할 수 있는 일
반면 놀이의 목적은 즐거움의 추구다. 놀이는 일과 달라서 내가 원할 때 시작하고 원하지 않으면 안 할 수 있다. 즉 내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던 취미도 일이 되면 놀기 싫은데 놀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를 구속하기 시작한다. 취미로 하던 그 좋아하던 야구가 직업이 되면 때론 도망치고 싶고 지겨워지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 성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기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것으로 돌아갈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된다.
톰 소여는 일과 놀이의 경계에서의 해법을 멋지게 보여 준다.
톰은 담을 칠해야 하는 고된 일 앞에서 고민을 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에게 잘 맞는 일로 그 일을 바꾼다. 그것은 달변의 말솜씨와 친화력을 이용하여 기회를 파는 세일즈맨으로의 전환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마치 담벼락을 칠하는 일이 세상에서제일 재미있는 일인 것처럼 포장한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담벼락을 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유혹한다. 이런 벽을 칠할 수 있는 기회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오는 일이 아니라면서. 톰의 유혹에 넘어간 아이들은 저마다 열심히 벽을 칠한다. 물론 아이들은 힘들었겠으나, 훗날 동네를 지나다니면서 자신이 칠했던 담벼락을 보면서 남들보다 잘 칠했는지 비교하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즉 성취의 기쁨을 장난감과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얻은 것이다.
만일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이 들고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 그 일이 자신의 소질과 얼마나 근접해 있는 일인지, 정말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인지 우선 살펴보는 것이 좋다.
너무도 하기 싫은 일을 하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린다면 나중에 다른 기회가 와도 무력감에 꼼짝도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처음 직장을 가졌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당신이 처음 일을 시작할 때의 각오와 마음가짐을 생각해 보라.
희망과 설렘에 가슴 뛰었던 그 순간을. 그러던 당신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직장 내 관계가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경험하면서, 그리고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당신이란 존재가 집단의 성과 속으로 묻혀 버리는 것 같은 피해의식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이 식고 그저 살아남고 남들보다 성공하기 위한 ‘게임인’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그렇다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직장을 가진다는 것의 기쁨, 희망과 미래를 꿈꾸었을 그때의 마음으로.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일이 끝난 후의 홀가분함이나 성취감을 상상하면서 일에 몰두해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윈-윈 게임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일을 할 때 당신이 세상에서 이 업무를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그 일에 임하라. 빵을 만든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차를 만든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튼튼하고 멋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일에 마음을 쏟으라는 말이다. 그러면 당신은 좀 더 즐겁게 출근하고 뿌듯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성취감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이 열심히 일해야 당신이 속한 조직이 발전하고 따라서 당신도 더 성장할 수 있다.
당신이 속한 조직과 당신 모두를 성장시키도록 윈-윈 게임으로 만들어라. 아무리 혼자 야구를 잘해도 그 팀이 하위 팀이면 성공의 기회가 줄어든다. 그리고 그러한 당신의 태도는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세상은 정직하다. 우리가 들인 에너지만큼 언젠가는 되돌려준다. 이것이 내가 50 여 년을 살면서 얻은 귀중한 진리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며,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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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 톰 소여는 이모로부터 담벼락을 페인트로 칠하라는 벌을 받는다. 길고도 긴 벽을 보면서 한숨 쉬던 톰은 일을 놀이처럼 만들어 친구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페인트칠을 하는 자신을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친구들에게 휘파람을 불며 “이런 일이 우리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주어질 줄 아니?”라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페인트칠을 한다. 이러한 톰 소여의 유혹에 넘어간 친구들은 자신의 보물을 줘 가면서 서로 페인트칠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서로 페인트칠을 해 보겠다고 줄을 선다. 저녁때 톰 소여는 벽도 깨끗이 칠하고 장난감도 한 아름 챙겨 부자가 되는 일거양득의 수확을 얻는다.
놀이와 일의 경계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된 순간이었다.
댄 애리얼리는 책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톰은 ‘인간으로 하여금 뭔가를 갖고 싶도록 만들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는 인간 행위의 가장 위대한 법칙 가운데 하나를 최초로 알아냈다고 하였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놀이와 일의 경계를 본다. 놀이와 일의 경계는 그 행동의 목적이 경제적 이득인지, 아니면 즐거움의 추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이보다 일과 놀이를 구분 짓는 또 다른 중요한 잣대는 바로 그 일이 누구의 통제하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이란 내가 하고 싶다고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내가 하기 싫어졌다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싫어도, 지겨워져도 시간 내에 해야만 하는 게 일이다. 즉 일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전적으로 시스템의 통제하에 있게 된다. 모든 것은 계약한 대로 수행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일의 노예가 된 듯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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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학자 크리스토퍼 라쉬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의 구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변화는 공허감과 불안감에 방황하고 소외되는 개인을 양산한다고 설명한다. 즉 이전까지는 조그만 가족 같던 회사가 거대한 조직으로 변모해 가면서, 초기에는 역할의 구분이 모호한 채로 인간적인 신뢰 관계가 회사 운영의 기본이었는데, 점차 관리가 필요한 조직으로 회사의 구조가 변화된다.
여기서 업무에서 개인성을 존중하여 개인적인 특질에 맞게 업무 배치를 한다는 초기의 시도는 결국 조직내의 개인성의 말살이란 결과를 가져오고 이제 집단은 서로의 계약적인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보이고 통제하고 승리하는 것이 주 목적이 되며, 이제 각 구성원은 그 조직의 ‘조직인’이 아니라 그 조직 내의 ‘게임인’으로 변하게 되었다.
일단 직장에 들어가면 무한 경쟁의 시대 속에서 조직이란 거대한 시스템의 하나의 부품으로서 살아남고 남들보다 성공하기 위한 목적으로의 일만이 존재하게 된다. 일이 이렇게 개인적인 만족의 목적만을 띠고 사회적인 의미를 잃어버릴 때 사람들은 표류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고,자기실현과 자기 삶에서의 의미 창출이라는 일이 주는 무형의 대가가 그 의미를 잃고, 풍요롭고 안정된 삶이나 승리를 쟁취하는 수단으로서의 일의 의미가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아무리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던 일이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성공을 담보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는 듯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 쉽다.
자신의 소질에 근접한 일, 자신이 좋아 할 수 있는 일
반면 놀이의 목적은 즐거움의 추구다. 놀이는 일과 달라서 내가 원할 때 시작하고 원하지 않으면 안 할 수 있다. 즉 내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던 취미도 일이 되면 놀기 싫은데 놀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를 구속하기 시작한다. 취미로 하던 그 좋아하던 야구가 직업이 되면 때론 도망치고 싶고 지겨워지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 성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기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것으로 돌아갈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된다.
톰 소여는 일과 놀이의 경계에서의 해법을 멋지게 보여 준다.
톰은 담을 칠해야 하는 고된 일 앞에서 고민을 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에게 잘 맞는 일로 그 일을 바꾼다. 그것은 달변의 말솜씨와 친화력을 이용하여 기회를 파는 세일즈맨으로의 전환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마치 담벼락을 칠하는 일이 세상에서제일 재미있는 일인 것처럼 포장한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담벼락을 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유혹한다. 이런 벽을 칠할 수 있는 기회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오는 일이 아니라면서. 톰의 유혹에 넘어간 아이들은 저마다 열심히 벽을 칠한다. 물론 아이들은 힘들었겠으나, 훗날 동네를 지나다니면서 자신이 칠했던 담벼락을 보면서 남들보다 잘 칠했는지 비교하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즉 성취의 기쁨을 장난감과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얻은 것이다.
만일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이 들고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 그 일이 자신의 소질과 얼마나 근접해 있는 일인지, 정말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인지 우선 살펴보는 것이 좋다.
너무도 하기 싫은 일을 하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린다면 나중에 다른 기회가 와도 무력감에 꼼짝도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처음 직장을 가졌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당신이 처음 일을 시작할 때의 각오와 마음가짐을 생각해 보라.
희망과 설렘에 가슴 뛰었던 그 순간을. 그러던 당신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직장 내 관계가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경험하면서, 그리고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당신이란 존재가 집단의 성과 속으로 묻혀 버리는 것 같은 피해의식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이 식고 그저 살아남고 남들보다 성공하기 위한 ‘게임인’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그렇다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직장을 가진다는 것의 기쁨, 희망과 미래를 꿈꾸었을 그때의 마음으로.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일이 끝난 후의 홀가분함이나 성취감을 상상하면서 일에 몰두해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윈-윈 게임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일을 할 때 당신이 세상에서 이 업무를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그 일에 임하라. 빵을 만든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차를 만든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튼튼하고 멋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일에 마음을 쏟으라는 말이다. 그러면 당신은 좀 더 즐겁게 출근하고 뿌듯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성취감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이 열심히 일해야 당신이 속한 조직이 발전하고 따라서 당신도 더 성장할 수 있다.
당신이 속한 조직과 당신 모두를 성장시키도록 윈-윈 게임으로 만들어라. 아무리 혼자 야구를 잘해도 그 팀이 하위 팀이면 성공의 기회가 줄어든다. 그리고 그러한 당신의 태도는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세상은 정직하다. 우리가 들인 에너지만큼 언젠가는 되돌려준다. 이것이 내가 50 여 년을 살면서 얻은 귀중한 진리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며,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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