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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전기가 온다. 스마트 그리드

anodos 2009. 10. 16. 09:54
똑똑한 전기가 온다, 스마트그리드
지난 8월말 제주 북동부 구좌읍 일대에 국내 첫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달 13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09 IT융합국제전시회에도 스마트그리드가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스마트그리드를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보았고, 일본은 에너지 기술혁신 계획인 쿨어스(Cool Earth)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있다. EU 또한 2006년 스마트그리드 비전을 발표하면서 상용화 작업에 착수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별도로 시범 도시를 통해 스마트그리드 구축작업을 하고 있다. 대체 스마트그리드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세계가 주목하는 것일까?

스마트그리드를 설명하려면 우선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실제 사용량보다 10% 정도 많이 생산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전력의 최대소비량에 맞춰진 양으로 혹시라도 더 많이 사용할 경우에 대비해 전기를 미리 확보해 놓은 것이다. 연료는 물론 각종 발전설비도 추가적으로 필요하고, 버리는 전기 또한 많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또 석탄, 석유, 가스 등을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늘어난다.

꼭 필요한 만큼 전기를 생산하거나 생산량에 맞춰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전기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지구온난화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력망에 IT기술을 융합해 전기사용량과 공급량, 전력선의 상태까지 알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미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2.0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및 환경오염으로부터 인간을 구할 영웅 중 하나로 스마트그리드를 소개한 바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똑똑한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은 전력망에 IT기술을 합쳐 소비자와 전력회사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소비자는 전기요금이 쌀 때 전기를 쓸 수 있고, 전자제품이 자동으로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 작동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력생산자 입장에서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전력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전력 사용이 적은 시간대에 최대전력량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므로 버리는 전기를 줄일 수 있고,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에 공급하는 탄력적인 운영도 가능하다. 또 과부하로 인한 전력망의 고장도 예방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그리드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TV,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뿐 아니라 공장에서 돌아가는 산업용 장비들까지 전기가 흐르는 모든 것을 묶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신개념 시스템이다. 집, 사무실, 공장 어느 곳에서나 사용한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전기요금이 비싼 낮 시간대를 피해 세탁기를 밤에 돌리는 등 가전제품을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의 개념도. 스마트그리드 시대에는 건물마다 스마트계량기가
설치돼 실시간으로 요금정보가 제공되고, 가전기기 등도 연결된다. 또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로부터도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스마트그리드 하부에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존재한다. 마이크로그리드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소규모 네트워크를 말하는데 아파트라면 단지별로, 마을이라면 마을별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송전 손실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발전소의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체제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에 맞춰 일조량이 높은 지역은 태양광을,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가에는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된다. 이는 현재의 중앙집중형 대신 분산전원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어 신재생 에너지를 확산시키는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다양한 분산전원을 전력 규모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각 계통에 센서를 달아 소비자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때문에 스마트그리드를 ‘에너지 분야의 인터넷’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가둘 수 있는 저장장치도 스마트그리드의 일환으로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플라이휠인데, 이는 마찰이 최소화된 거대한 금속바퀴이다. 바람이나 햇볕이 풍부할 때 생산한 전기로 회전하고 바람이 안 불거나 햇볕이 가리더라도 관성 때문에 돌던 힘을 꾸준히 유지해 지속적으로 전기를 만들게 된다.

가전제품도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맞아 똑똑해진다. 집안에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가전제품이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조작버튼을 전력회사가 통제할 수 있다. 여름철 한낮에 전기료를 비싸게 매겨도 사용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력회사가 강제로 에어컨 온도를 높이는 등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일은 가전제품 소유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그리드의 구조상 해킹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보안 위협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우려에도 스마트그리드에 거는 기대는 높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싼 전기료는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에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3분의 1이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똑똑하게 전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기술은 지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글 :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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